퇴근 시간이 훌쩍 넘어버린 즈음에...
버스 정류장엔 어깨가 축 쳐진 노긋한 한 사람이
끝간데 없는 표정으로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.
배차간격이 유난스레 긴 곳...
버스는 고사하고 빈 택시도 없이 한적한 도로는
그 사람의 분위기와 어울리기로 작정한 모양이다.
옆에 앉기 보다는 멀리서 바라봐 주어야 할...
그 사람과 그 도로와 그 전체적인 배경 속으로는 침범할 수 없는...
같이 어우러질 수 없는 이물질 섞인 물감처럼...
난 그렇게 정류장 한 켠으로 물러서 있었다.
한 10분 쯤 지났을까...
멀리 버스 한대가 모습을 비춘다.
눈을 찡그려야 조금은 명확히 보여주는 난시 때문에,
내 표정은 일그러진 채 버스가 오는 쪽을 향해 고정되어 있다.
내가 타고 갈 버스다...
지금 머물고 있는 수원 언니네 집에선...터울 적은 어린 조카 둘과
갓난쟁이 조카 하나, 몸조리 때문에 몸져 누울 엄마와...그리고
해산의 흔적이 묻어있는 언니가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...
이렇게 빨리 버스가 오는 건 정말 드문 일이다...
그럼에도...내 눈앞에서 38번 버스가 지나가도록 그냥 두는 것은...
저 사람을 배경으로 한 그림을 그냥 놔두고 가기가 아까워서일까..?
지나쳐가는 버스를 흘끗 쳐다보던 그 사람은
자신과 무관한 배경에 대해서 별 관심없다는 듯이
다시 좀 전의 모습으로 순식간에 돌아가버린다.
한 번 지나가면 30분은 족히 기다려야 할 버스를 보며
이미 마음 속에서 후회는 시작 되고 있었지만...
내가 감상하고 있는 배경은 아직 변함없이 묵묵하다.
왁작왁작 세 사람의 무리가 정류장을 찾는다.
나와는 다르게 성큼성큼 배경안으로 녹아들어 다른 그림을 그려 놓는다.
썩 나쁘지 않은데...
기분 탓일까...?
감상하던 그림이 어느 새 사라져 버리고...
낯설은 네 사람이 보일 뿐인다.
...다행이다.
난 이제 38번 버스를 기다리면 된다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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